Stage
몇 번이나 문을 열었을까?
우리가 멈췄을 때 우리는 무대 위에 서 있었다. 내 기억속의 장소로 온 것 같았다.
"크러쉬가 점점 성장하고 있어. 곧 내가 탐지하는 게 불가능해질지도 몰라."
나는 숨을 몰아쉬며 피이드를 바라보았다. 피이드는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더니 다시 말했다.
"빨리 남은 기억을 다 찾아서 이 곳을 나가는 게 어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이젠 설득력도 없었다.
그러는 피이드도 현실로 돌아가는 게 싫어서 여기에 남은 사람이 아닌가?
"피이드는 무대가 무섭지?"
피이드는 대답없이 시선을 피했다.
"나도 무대가 무서워.
줄곧 그랬어.
너도 봤잖아.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피이드는 이번에도 대답이 없었다.
"돌아가면 나는 이곳에서처럼 걷지 못할 거야.
휠체어를 타고 있으니까."
"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어."
피이드는 나를 보며 대답했다.
"현실에는 이제 내가 없어.
그러니까 말을 하는 거야.
더 늦기 전에 돌아가라고."
"다리 병신으로?"
"이곳은 네 생각처럼 좋은 곳이 아니야."
"적어도 이곳에서 나는 걸을 수 있어."
"별명이 생기게 되면 오늘처럼 습격당하는 일은 없을 거야.
하지만 크러쉬 또한 그 때는 다른 존재가 돼. '금기'처럼.
그리고 지속적으로 너와 부딪힐 테지. 그게 어떤 일인지 몰라, 너는."
"붉은 세상 같은 걸 말하는 거야?"
피이드의 표정이 변했다. 무표정하게 얼굴을 굳히고 있던 피이드는 곧 나지막히 내뱉었다.
"꼭 금기를 만나러 가겠다면 말리지 않겠어.
하지만 별명이 붙어버린 후에는 후회해도 늦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