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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레이저
정원의 다리 위에서 연못을 내려다보았다. 손에는 열쇠 장식의 반지가 들려져 있었다.
금으로 된 날개와 단단한 구리로 만들어진 열쇠 장식. 그 열쇠의 끝부분을 손가락으로 만져보았다.
모든 생각의 끝은 결론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밖에 없었듯이 나는 이해해버리고야 말았다. 이해한 결과가 나를 옭아맬 거라는 것을 몰라, 미처 그 끝으로 달리는 생각들을 버리지 못한 탓이다.
"피이드…"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애정이 깃든다.
마법 같은 존재. 그리고 불쌍한 존재.
많은 아픔에 눈을 감아야 했던 상처 많은 마술사.
그는 그 정도로 철두철미한 인간이 아니다. 자기가 무슨 짓을 한 줄도 모르겠지. 하지만 반지는 이미 그가 원했던 가치를 전부 달성하고 있었다.
어디든 가도 좋지만 끝까지 기억해달라는 소박한 바람.
이 반지는….
둥근 링의 테두리를 손가락 끝으로 쓸어내렸다.
"예쁘지만…."
'퐁당'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연못의 깊은 곳으로 반지가 천천히 빨려 들어갔다. 금으로 된 날개는 점차 그 빛이 희미해지더니 잔물결에 묻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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