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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n (3)

 

다섯번째였다. 피이드는 잔디밭에 누운 채 일어나지 않았다.

​조금 미안해졌다. 목적지가 변하지 않는 것은 나 때문이다. 내가 이 곳을 떠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그도 그럴게.

잔디밭.jpg

"예쁜 걸. 이 곳."

계속 머무르고 싶을 정도로.

해는 창창하고, 바람은 선선하고, 들판은 푸르고, 새들은 짹짹거리고, 평화롭다.

그렇다.

피도 낭자하지 않고, 기차가 달려오지도 않고, 공기 좋고 평온한 곳이란 말이다.

새소리를 들으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도로변에 커다란 차가 하나 주차되어 있었다. 처음엔 트럭인가 했는데 가까이 가 보니 캠핑카였다.

"드라이브라도 하고 싶었어?"

피이드가 옆에 서더니 물었다.

부정은 할 수 없었다. 이 잔디밭이 좋았다. 떠나고 싶지 않은데 떠나야 한다는 설교에 시달리고 있자니 저런 게 생겨 버린 걸지도 몰랐다.

"타자. 어디로든 이동해야 해."

"탈 수 있어?"

"아까는 없었고 지금은 있다면 네가 불러낸 것일 테니까. 탈 수 있게 되어 있겠지."

​피이드는 그렇게 말하곤 캠핑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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