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Crush (1)
캠핑카를 타고 간 곳은 잔디밭 너머로 보였던 마을의 시내쪽이었다.
피이드는 외곽에 대충 차를 받쳐놓고 길거리 사람들 틈 사이로 섞여 들었다.
시장이었다. 떠들썩한 노점들을 지나치며 수많은 외국인들을 마주쳤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급히 걷는 피이드를 쫓아가던 발걸음이 늦어졌다.
이내 나는 피이드를 놓쳐버렸다.
"피이드?"
걸음을 멈추고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어딜가나 지겹게 따라오던 방울종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주변만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쳤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었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은 느낌.
소름끼칠 정도로 똑같았다.
눈이 마주치자 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멋지다고.
나를 향해 달려오는 동작 하나하나가 수려했다.
나는 지금 틀림없이 제정신이 아니다.
그녀는 곧 날 죽일 것이었다.
하지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를
죽
이
려
는
.
"코마! 뭐하는 거야!"
퍼뜩 정신을 차렸을 땐, 그녀는 이미 내 코 앞까지 들이닥쳐 있었다.
"…윽…!"
덤벼온 낫의 칼날이 코끝을 휑하고 스쳤다. 바람 가르는 소리에 몸이 오싹하게 전율했다. 아주 조금만 늦었어도 목이 달아날 뻔 했다.
"달려!"
피이드는 내 팔뚝을 잡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곧 피이드는 어떤 문 앞에서 멈춰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어젖혔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