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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난 집
파락파락, 소리가 나고 있었다.
한 장. 한장. 그리고 빠르게. 종이들은 공중으로 뛰어들었다. 떠오르는 종이들에 빽빽이 채워진 글자들이 보였다.
뜨겁다
뜨거웠다
'이것'이 끝이다.
그러나 기꺼이
나는 여기서 죽는다.
애초부터
내가 원한 것은 죽음이었다.
툭.
투욱.
툭.
볼 위로 땀방울이 때리듯이 닿았다.
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살고 싶었다면 도망쳤어야 했다. 하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초점을 잃는 눈동자를 응시했다.
후회가 없다는 점이 죽음을 좀 더 신사적으로 대하게 해주는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피할 수 없는 탓일까?
나는 어차피 죽는다. 내가 살 방법은 없다.
하지만…
"도망쳐. 지금이라도…, 내 마지막 부탁이야."
미라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흔들리는 눈동자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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