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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무언가가 얼굴을 짓누른다. 매우 부드럽지만 무게가 있는 무언가가.
뭉개진다.
계속.
계속.
계속.
가볍고 따뜻한…,그리고 좀 축축한 무언가가 내 얼굴을 덮고 있다.
이 쯤 되면 더 이상 자고만 있을 수는 없다. 나는 내 얼굴을 덮고 있는 무언가를 들어올렸다.
눈을 뜨고 제일 처음으로 보인 것은 갓난 아기의 해맑게 웃는 얼굴이었다.
"사람 위론 기어가는 게 아니란다, 아가야. 특히나 자고 있는 사람은 말이야."
내 말에 아기는 해맑은 표정으로 맑은 침을 쏟아내며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으으, 옷이 축축해졌다.
"피이드?"
누운 채 고개를 돌려보면 아늑한 가정집의 거실이었다. 피이드는 없었다.
"또 떨어졌나봐."
아기를 무릎에 앉혀 놓고 상체를 세웠다. 아기는 손가락을 쫄쫄 빨고 있다가 나를 타고 기어오르려는 듯 옷자락을 꾹 쥐었다.
기억을 되짚어 보다가 현실로 가게 해달라고 빌며 문을 열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기와 현실은 무슨 연관이 있는 거지?
혹시나 이 곳이 현실인가 싶어 오른손을 살펴보았지만 손가락에는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아직 환상세계 안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기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거실 창문으로 다가갔다. 바깥은 소란스러웠고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상점들도 보였다. 내가 있는 곳은 상가주택인 듯 했다.
나는 거실 안 쪽으로 다시 돌아왔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기를 지나쳐 방 안 쪽으로 향했다.
침실 하나에, 서재 하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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