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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이드 펠다
'딸랑딸랑'
모르는 사람이었다.
마술사들이나 입을 법한 옷차림. 모자엔 방울종이 달려있었다.
그는 내 앞에 서더니 모자에서 하얀 장미를 꺼내 보였다.
"나는 일루젼. 피이드 펠다야."
"일루젼?"
멈춰서서 그를 바라본 것은 단지 하얀 장미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가 건네는 꽃을 무심코 받아들고는 생각했다.
곧 죽을 사람에게 꽃이 무슨 의미가 있지?
"나는 목적지로 갈 수 있는 문을 열 수 있어."
피이드라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놀이공원에 온 어린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나를 대했다. 꽃을 눈짓하며 신기하지 않냐는 듯이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내게 목적지 같은 것은 없다. 그 말을 하려는 데 남자가 웃으면서 덧붙였다.
"황금을 얻고 싶다면 황금을 얻을 수 있는 곳, 잠을 자고 싶다면 잠을 잘 수 있는 곳. 어디든 네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지."
솔깃했다. 나는 물었다.
"죽고 싶다면 죽을 수 있는 곳으로 갈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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