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장미라

​

내가 나의 이복동생인 미라를 만나게 된 것은 천안에서였다.

나는 가족을 전부 잃었고 남겨진 것은 거대한 유산과 어딘가에 있을 이복동생만이 전부였다.

나는 유산도 이복동생도 필요없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주어진 것과 같은 죽음이었다.

​내가 미라를 찾은 것은 내가 받은 거대한 유산을 그녀라면 더 유용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잠깐 얼굴만 확인하고 돌아가려는 내게 미라는 웃으면서 내게 인사해왔다.

​

"다리가 불편하신가봐요?"

​

​미라는 잘 살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훨씬. 미라는 사진을 찍었고 글을 썼다. 사진작가 그리고 작가로서 살기를 원했다. 나는 자연히 미라의 사진과 소설을 많이 보게 되었다.

​

내가 우리의 관계를 밝히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사이가 좋은 친구였다.

​그러니까 내가 그녀의 이복 언니이며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서 미라를 찾아온 거라는 것을 밝히기 전까지는 말이다.

​

그녀는 다리를 못 쓰는 나를 안쓰럽게 여겼다. 미라는 내 휠체어를 밀어주며 내가 가보지 못한 이곳저곳을 같이 여행했다. 우리는 어느 새 절친이 되어있었고 가끔은 그 시간이 영원하기를 바랐다. 미라는 내가 누군지 무슨 생각으로 그녀에게 접근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

내가 이복언니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볼까 싶었지만, 춤을 추고 싶었던 나에게 걷지도 못하는 인생이란 무의미했다. 나는 여전히 죽고 싶었다.

​

그리고 미라가 내 유서를 발견한 그 날, 우리 집에는 불이 났다.

​

스토리 텔러 : 정예은

(coast813@gmail.com)

Copyright 2020. 정예은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