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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라
내가 나의 이복동생인 미라를 만나게 된 것은 천안에서였다.
나는 가족을 전부 잃었고 남겨진 것은 거대한 유산과 어딘가에 있을 이복동생만이 전부였다.
나는 유산도 이복동생도 필요없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주어진 것과 같은 죽음이었다.
내가 미라를 찾은 것은 내가 받은 거대한 유산을 그녀라면 더 유용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잠깐 얼굴만 확인하고 돌아가려는 내게 미라는 웃으면서 내게 인사해왔다.
"다리가 불편하신가봐요?"
미라는 잘 살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훨씬. 미라는 사진을 찍었고 글을 썼다. 사진작가 그리고 작가로서 살기를 원했다. 나는 자연히 미라의 사진과 소설을 많이 보게 되었다.
내가 우리의 관계를 밝히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사이가 좋은 친구였다.
그러니까 내가 그녀의 이복 언니이며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서 미라를 찾아온 거라는 것을 밝히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녀는 다리를 못 쓰는 나를 안쓰럽게 여겼다. 미라는 내 휠체어를 밀어주며 내가 가보지 못한 이곳저곳을 같이 여행했다. 우리는 어느 새 절친이 되어있었고 가끔은 그 시간이 영원하기를 바랐다. 미라는 내가 누군지 무슨 생각으로 그녀에게 접근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내가 이복언니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볼까 싶었지만, 춤을 추고 싶었던 나에게 걷지도 못하는 인생이란 무의미했다. 나는 여전히 죽고 싶었다.
그리고 미라가 내 유서를 발견한 그 날, 우리 집에는 불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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