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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stination

 

우리는 잔디밭으로 돌아왔다. 피이드는 도착하자 마자 주위를 둘러보더니 당분간 크러쉬에게 쫓기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는 다시 캠핑카를 타고 시내쪽으로 향했고, 길거리에서 피이드는 마술쇼를 펼쳐 돈을 벌었다. 나는 길모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그것을 구경하다가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울리고 그가 돈을 챙겨넣은 뒤 이동할 때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항상 이렇게 돈을 벌어?"

"난 길거리 마술사니까. 습관이야."

피이드는 그렇게 세 군데를 돌고 나서야 나에게 돌아가자고 이야기했다.

잔디밭으로 돌아오는 캠핑카 안에서 나는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이건 그의 것이었다. 피이드는 내게 반지를 빼앗긴 후로 단 한 번도 반지를 돌려달라고 하지 않았다.

잔디밭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내어 그에게 건넸다.

"이거 돌려줄게."

피이드는 반지를 흘깃 보고는 나를 무시하고 지나가버렸다.

"네 거잖아."

"네가 가지고 있어도 상관없어."

"그래?"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너에게서 가져올 수 있으니까."

피이드는 갑자기 휙 뒤돌아서서는 내 쪽을 향해 손을 펼쳐보였다. 피이드의 손바닥 위에서 반지가 빛났다. 내 손바닥 위를 살펴보자 어느 새 반지는 사라지고 없었다.

"어?! 어떻게 한 거야?"

"난 일루젼. 피이드 펠다야. 못 하는 건 없지."

허세 가득한 말에 어이가 없어 쳐다봤지만, 곧 피이드가 내 쪽을 향해 반지를 튕겼기 때문에 나는 반지를 잡으려고 허둥댔다. 간신히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손에 반지를 꾹 쥔채 노려보자 피이드는 옅은 미소를 보였다. 처음으로 웃는 걸 본 것 같았다.

"있지."

"뭐?"

"어째서 피이드는 문을 못 여는 거야?"

​피이드는 대답이 없었다. 대답하기 싫은 질문을 해버렸는지도 몰랐다. 나는 말 없이 대답을 기다리다가 지는 해가 잘 보이는 잔디밭 위에 앉아 주홍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피이드가 돌아보더니 가만히 옆에 앉았다. 그는 주저주저 말했다.

"내가 문을 열면… 항상 똑같은 곳으로 가니까."

"그렇구나."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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