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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e
정신을 차리자 그곳은 일렁이는 붉은 빛깔속이었다.
쳐다보았다.
태양같은 빛깔들을…
온 사방도 머리 위도, 그리고 발밑까지 가득한 일렁이는 그것들을…
불이었다.
밑도 끝도 없는 불 속이었다.
이상하게도 뜨겁지 않았지만 불안해진 나는 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문을 찾아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다가 나는 멀리서 피이드의 등진 모습을 발견했다.
"피이드?"
달렸다.
발소리도 나지 않는 불 속을.
이곳은 그의 목적지였다.
미안했다.
내가 문을 열게 만들고 말았다.
나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그는 문을 열 필요가 없었다.
"피이드!"
불러보지만 피이드는 대답없이 정면을 보고 서 있다. 돌아보지 않아서 두려워졌다.
이런 곳에 날 버리고 가버리면 어떡하지?
이 곳에는 문이 없었다. 그가 없으면 어디로도 갈 수가 없다.
"피이드!"
텁, 붙잡은 어깨. 손에 느껴지는 감촉에 거센 안도가 몰려왔다.
"왜 대답을 안 하는…?"
피이드의 얼굴을 보고 말이 멎었다. 마술사 모자에 가려진 얼굴에 짙게 음영이 드리워져 있었다.
힘주어 굳게 다물린 입술과 커진 동공. 평소 같지 않았다. 덜컥 겁이 났다.
피이드의 시선 끝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입을 가렸다.
"피… 피… 피이…드. …이건…"
"가자."
손이 잡혀 끌려가기 시작했다. 앞서 걷는 피이드는 이제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잠깐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엔 여자가 있었다. 끔찍한 형상이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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