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피이드가 공연을 하는 중인 저녁 무렵이었다. 피이드와 떨어져 펍에서 맥주 한 잔을 하고 있는 나에게 다가온 그는 자신을 X라고 소개했다.
"넌 코마지?"
"맞아."
이 세계에서 나를 알아보는 존재들은 많았다. 캐셔나 피이드처럼, 처음부터 그들은 내가 '코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이제 그들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X는 또 뭔데? 난 이 세계에 대해서 잘 몰라."
"X는 Expire의 준말이야.
다른 말로 크러쉬라고 하지."
"네가 크러쉬라고?"
"그래."
나는 그에게 내게 무슨 볼일이 있어 말을 걸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자신에게는 '코마'가 없다고 대답했다.
"크러쉬가 코마를 죽이는 데 성공한 사례가 있어. 그게 나야."
나는 솔깃해서 X를 똑바로 쳐다봤다.
"피이드가 그러는 데, 코마를 죽인 크러쉬들은 다 이 곳에서 나가버린대.
크러쉬들은 다들 현실로 돌아가고 싶어하니까.
너는 어째서 남아 있는 거야?"
"코마가 살아있으니까."
코마를 죽이는 데 성공했다면서 코마가 살아있다고 말한다. 앞 뒤가 맞지 않는 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며 바라보니, X는 빙그레 웃고는 자신의 맥주잔을 비워냈다.
"내가 널 찾아온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야.
하나는 절대로 X, 크러쉬에게 죽어선 안 된다는 말을 하기 위해.
그리고 두 번째로는 금기를 만나게 해달라는 말을 하기 위해."
"금기?"
역시나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금기는 이 세상을 만든 존재지. 피이드의 크러쉬였던 존재. 들어본 적이 없어?"
피이드와 관련이 있는 얘기였다.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