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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

 

"모든 금기를 나타내면서, 스스로에겐 금기라는 게 없어.

스스로가 모든 금기를 행하는 존재가 됐다고 생각한 건지

언제부턴가 자신의 별명을 '금기'라고 하고 다녔어.

그러니까 'Taboo'라고 말이야.

그 녀석은 무엇도 서슴지 않아."

"그런 녀석이 피이드 펠다한테서 나온 거라는 말이지?"

"듣기로는 이 환상세계에 처음 도착한 것이

피이드 펠다라는 마술사였다고 해.

정말로 그렇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야.

금기는 이 세계의 많은 부분을 창조한 사람이니까."

"너는 금기를 왜 만나고 싶은 거야?"

 

X는 싱긋 웃어보였다.

"내가 죽인 코마를 다시 살려내고 싶어서."

"그건 또 어째서야?"

"코마와 크러쉬는 원래부터 하나야.

분리되어 있는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거지.

한 쪽이 없어지면 그 땐 돌이킬 수 없게 돼.

너도 명심하는 게 좋아.

X인 나를 금기는 만나주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너와 함께라면 만나줄 수도 있어.

어때? 같이 금기를 만나러 가 보는 건?"

"하지만 나는 딱히 금기를 찾아갈 이유가 없는 걸."

"일루젼의 붉은세상을 본 거 아니었어?"

​일루젼의 붉은 세상이라. 혹시 그 때 그 일을 말하는 걸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이 갔는지 X는 말을 계속 했다.

"그 세상을 없앨 수 있는 것도 금기야."

피이드의 붉은 세상. 그게 피이드에게 있어서 두 번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피이드가 한 번도 내게 그렇다 말해주지 않았어도 말이다. 피이드는 내가 그 얘기를 꺼낼 것 같은 분위기가 되면 훌쩍 사라져버렸다.

"그 세상을 없앤다면 피이드는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어쨌든 붉은 세상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거야.

피이드가 목적지로 삼는 곳은 그 곳이 아닐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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